2년전 쯤에 여기에서 4명의 인턴과 일할 기회가 있었다. 알고보니 학교 마지막 학기 인대 이 인턴으로 크레딧을 받는 다 한다.프로젝트 나올 즈음에,그 중 한명은 정식으로 그 회사에서 연장한 걸로 알고 있다, 이게 정규직인지는 모르겠다.

어쨋든, 다른 분야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호주 IT 역시 졸업하면 비 경력자는 거의 없을꺼라 생각한다. 졸업과 동시에 최소한 이력서를 채울 경력은 거의 한두가지씩 쌓고 나서 졸업하는 것 같다. 이것 역시 그 인턴들에게 들은 말이다.

오늘 노동절 연휴, 아이들과 롤리팝에서 오후를 재밌게 보내고, 우연히 영화 "인턴" 비평기사를 보게 되었다.

나는 영화 <인턴>이 불쾌하다


그렇게 길지 않은 글인대, 서두 부터 독자의 호기심까지 자연스럽게 잘 끌어내고 하고 싶은 말도 깔끔하게 잘 전달한다.덕분에 오랜만에 기사 글을 다시 한번 정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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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바로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자리다.

오스트라바 외곽 지역들을 꼬불꼬불 이어 주는 낡은 협궤 전차를 타고 아무 데로나 그냥 실려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무 데서나 내려, 역시 그냥 아무 노선이나 다른 전차를 바꿔 탔다.이 끝도 없는 오스트라바 변두리,공장과 자연, 벌판과 쓰레기더미, 나무들과 탄광의 재 무더기, 커다란 건물들과 조그마한 농가 등이 기이하게 한데 섞여 있는 그 변두리 풍경 전체가 내 눈길을 끌었고 이상하게 마음을 흔들어 산란스럽게 했다.나는 전차에서 아예 내려 오래 걷기 시작했다.거의 마음을 온통 빼앗긴 채 이 기이한 풍경을 바라보며 그 의미를 해독해 내려고 애써 보았다.이렇게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마구 뒤섞인 풍경에 통일성과 질서를 부여해 주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담쟁이덩굴이 우거진 한 전원풍 집을 지나가게 되었다.그 집은 바로 뒤에 마치 기둥처럼 삐죽삐죽 솟아 있는 굴뚝이나 높다란 용광로의 흉측한 모습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는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거기가 그 집이 있어야 할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러고 나서 빈민가 판잣집들을 따라 걷는데 조금 더 멀리 있는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더러운 잿빛 집이었으나 정원이 빙 둘러 있고 쇠창살 문도 있었다. 정원 한 모퉁이 수양버들은 이 풍경 속에서 길을 잃고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그런데 나는 바로 그래서 이 나무의 자리가 바로 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부조화가 마음을 어지럽혔다.단지 부조화가 이 풍경의 공통분모 같아 보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무엇보다도 거기에서 나는 나 자신의 운명, 여기에 유배된 나를 암시하는 어떤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자연히 나 개인의 역사를 도시 전체라는 한 객체 속에 그런 식으로 투영하면서 어떤 위안 같은 것을 받기도 했다. 담쟁이덩굴이 우거진 작은 집도 수양버들도 이런 장소들에 속하지 않듯이, 아무 데로도 이어지지 않는 짧은 길들, 서로 이질적인 건물들이 들어찬 그 길들이 그 장소들에 속하지 않듯이,나 또한 거기에 속한 사람이 아니었다.납작한 판잣집들로 가득한 이 흉측한 지역이 지난날 쾌적한 시골이었던 이 장소들에 속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이곳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바로 내가 이곳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이 경악할 만한 부조화의 도시, 이질적인 모든 것들을 하나로 무자비하게 끌어안고 있는 이 도시,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하는 내 자리라는 것을.


소설의 이 부분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봤다.사람의 감정을 글로써 이렇게까지 잘 풀어낼 수도 있구나, 싶어서 다시 한번 글로 옮겨봤다.


그러고 보니 환승역에서 내려본 건 처음이었다.그렇게 익산역에서 다음 열차를 기다렸다.한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분위기라 약간 낯설기도 반갑기도 하다.팔걸이도 없는 밋밋하고 기다란 의자에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피로감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하루 전, 브리즈번 공항에서의 그 익숙함 그리고 이 환승역에서의 이 낯설음.나는 어디에 있는걸까. 아니, 난 어디로 가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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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일요일 공원

일상 2015. 8. 16. 08:33
그냥 돌아서는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Hey~~" 라는 말이 나왔다.

옆쪽에 서 있던 이 학교 여선생님인 듯한 분이 한껏 웃음 띤 표정 으로,
"what's wrong with you, no hug??"

그제서야 아이가 내게 가벼운 포옹을 건넨다.

한 5미터 걸었을까, 뭔가 확인하듯이 아이가 돌아본다.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고개를 끄떡여줬다. 하이 스쿨 학생들의 안내를 받으며 돌아가는 아이의 모습이 사라지고, 그제야 나도 학부모들 사이를 빠져 나왔다.

아이에게는 머리가 두번 커진 후 처음 테스트가 될 것 같다. 약간 긴장한듯한 모습도 보인다.

아마 아이는 못알아듣겠지만 "걱정마 이건 경쟁도 아니고 성공도 실패도 아니야.그냥 편하게 보고와." 라고 했지만 엄마가 꽤 기대하고 있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는 눈치다.

2시간 후면 아이가 나올것이고 그 사이 난 근처 공원이다.
저쪽에서는 중세 검을 가지고 검술을 연습하는 세 청년이 있고 ( 이 친구들 꽤나 진지하다 벌써 1시간은 넘은 것 같다 ) 주변에는 나 처럼 한가로이 앉아 있는 사람들 몇몇이다.

지금 읽고있는 "미움받을 용기" 이 책은 올해에 가장 기억남는 책이 될 것 같다.처음 50페이지 정도 보고 마음에 들어서 이미 아들러의 책은 이것 포함 4권을 다운받았다.이북이란게 손맛은 덜하지만 다 좋을 순 없다.

특히 나에게 그리고 이제 막 큰 시험을 치르고 있는 아이에게 무척 큰 도움이 되는 말들이 가득하다.

오늘을 기억하고 싶어서 티스토리 모바일 앱을 다운 받았다. 참 편한 세상이다.
그렇게 흔하디 흔한 어느 일요일 공원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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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없는 상상

일상 2015. 8. 15. 09:59

요즘 어린 세 아들들을 보고 있으면,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같은 부질없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하루가 새롭고 즐겁고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아는 나이다. 뭐가 더 필요한가.

그런 말을 아내에게 건넸더니, 대뜸 "난 힘들어 죽겠어!" 라며 눈을 흘긴다.

그 마음 잘 안다,예쁜 것, 힘든 것 다 따로 라는 것.

그렇게 얘들이 무럭 무럭 자라간다.

한가한 토요일 아침에 어울리는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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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동의 눈물, 15년 만의 우승.

특정 기사의 우승 때문이 아니라 포기를 모르고 꾸준히 달려오던 어느 30대 기사의 귀환이 반가워서였다.

대국이 끝나고, 우승 소감중에 이런 말을 했다( 기사글은 기자가 조금 각색을 했다,아마 그 이후 인터뷰의 내용을 덧붙인것 같다.)

작년에 9연패를 했다, 인생에서 가장 긴 연패였다.이대로 계속 승부를 해 나갈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그런데 이렇게 우승하게 됐다.한없이 기쁘다,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내 나이, 요즘들어 자주 자신감이 떨어지는 내 모습을 마주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눈물을 보자 나도 모르게 뭉클했다.

목진석 9단 진심으로 축하한다, 덕분에 나 역시 좋은 자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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