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i-kew-hachi-yon #2

일상 2009. 9. 11. 14:21

지하철 간이역에서 읽었고,집으로 오는 그 짧은 길목에서도, 그리고 아내와 아들들이 잠들어 있는 후에도 폈으니 재미와 긴박감은 대단하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벌써 해설서가 4권이나 나왔다니, 화제작은 화제작이다.물론 많은 화제작이 수작 이상의 작품으로 기억되는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그의 작품을 10여년 넘게 읽어온 독자라면 여러 가지의 나름의 해석을 어렵지 않게 내놓을 수 있다.등장 인물 부터 구성 그리고 이면의 의미까지.

그런 구구절절한 것 보다,개인적으로 아쉬웟던 인물이 있었다.

바로 우시카와 였다.

이름부터 그의 외모와 무례를 떠나 어떤 불쾌한 적의를 품고 있는듯한 의복까지 똑같다.흡사하다가 아닌 정확히 일치한다.

문제는 그의 표현력이다.몇년이 지나 말을 갈아탄 그가, 그 사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르겟지만, 그렇게 지적인 말투는 곤란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그의 이미지는 불알 큰 우시 였다.

변변한 재주도 없고,똥자루 만한 키,벗겨진 이마,그 옆에 과거엔 여기에 머리카락이 있었다는 걸 알려줄 만큼의 지저분한 터럭,뭔가 정도에 벗어난 얼굴의 비대칭, 평생 한 번도 치과에 가지 않았을 듯한 이빨들, 그리고 늘 웃는 얼굴 속에 표정없는 눈빛,몇 달은 세탁을 안 했을 바지, 얼룩 잔뜩 묻은 셔츠에,싸구려 원색의 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진한 도련님인 척하는 엉뚱한 녀석을, 한눈에 '이놈은 나 같은 부류구나' 라는걸 알아채는 그 본능적인 감을 가진 우시다.단 한가지 그가 가지고 있는 재주이며 현명함이다.바로 그 점이,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수 많은 이들이 숱하게 쓰러지고 사라져간 그 칙칙하고 음험한 세계에서, 끝까지 살아남게 한다.

그런 그가 다소 장황하지만 암시적이고 자연스레 비유적 표현을 쓴다는 게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Book2 를 덮고 난 후의 감상은, 이대로 끝나고 좋고, Book 3 이 나와도 좋다.

이게 끝이라면, 다소 불 친절하지만,그 상상력만으로도 훌륭한 점수를 주고 싶다.초반 부터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팽팽하게 당길 수 있는 작가는 흔치 않다.그 사이 정작 본령의 의미가 흐려지는 면은 분명히 존재하다. 만약, Book 3 가 나오고 이런 구도를 끝까지 이어간다면 하루끼의 소설가적 역량의 정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에 누이가 이제 20대 초반인 조카녀석이 무슨 책을 보고 있나 궁금해서 아들이 보고 있는 하루끼의 책을 한권을 보았단다, 그리고 "그다지 아이에게 좋은 책은 아닌 것 같다, 내 취향이 아니더라" 고 말했다.

이해한다. 아마 최근 작품이라면 충분히 그러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면에서 난, 그 여름 날 이제 막 스무 살이 되엇을 때 만났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어떤면에서 행운이었다. 초기작 부터 시간순대로 차근차근 읽어왔으니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

제 아무리 대 작가여도 내가 가는 길과 맞닿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덕분에 다시 한 번 더 읽고 싶은 책이 생겼다.

ps
다시 읽어보니, 4권 정도의 분량으로 이야기를 이어가야 할것 같다.1년이라는 시간도 맞아떨어지고 뭔가 어울린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이대로는 열린 결말이라는 것 보단, 불완전하다라는 감상이 더 짙다.
물론 이건 온전히 작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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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am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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