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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1.12 그리고 또 다른 인연들

명상하는 날

일상 2010. 6. 3. 20:12

십.분.

십.분.

몇 달 넘게 날 마주하는 이 짧은 시간은 가지지 못했었다.뭐가 그리 어지러웠나.

떠나기 전의 오늘 밤, 가족 모두 처가댁으로 먼저 보내고 나 홀로 그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헤아려 보려 한다.

밝은 면을 보지 못함인가, 벌써부터 고개를 쳐든 건 나의 가식과 약삭빠른 마음이다.마주하고 물리쳐도 조금이라도 늦추면 새록새록 무성하게 잘도 자란다.시간은 늘 자기편이라는 듯이, 그리고 예상대로 또 다시 일어나고 또 다시 흔들린다.

아마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내가 어떤 인물인지 좀 더 명료하게 드러날 것 같다.두려워 할 바도 아니지만, 방심하지도 않겠다.



그러고 보면, 어머니는 무척 강미가 있는 분이셨다.

그때 몹쓸 병에 걸려 피를 토하는 아들 곁에서 늘 같은 눈길로 바라보시고 있었다.

어느 날, 시장통에서 샀다며 싸구려 상의를 병실로 가져오셨다. 한 손엔 아들이 먹고 싶다는 초밥이 들려 있었고.

약기운에 축 늘어진 아들을 보시다가, 그 옷으로 갈아 입으시더니, 한 바퀴 휙 도셨다.

"이쁘냐?"

일상생활을 하다가 가끔 그 모습이 떠오른다, 그럴 때면 늘 나도 모르게 피식 웃는다.

아내도, 아들도 한번씩은 내 그런 모습을 보면서 왜 웃느냐고 물었었고, 난 그때마다 아니야 하면서 화제를 돌렸다.

그때 난 옆으로 누워 힘없이 말했다.

"이뻐요"



오늘 밤은 홀로 만나볼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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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am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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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 후 재배.

지인들의 장례식장을 다녀오면,의례히 드는 생각이 있다.

그분들의 부모님은 대부분 처음 뵈었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 절은 고인의 삶에 대해,두번째 절은 늘, '당신 자식들에 대한 삶은 걱정하지 말고 잘 가시라' 는 마음속의 말이다.

그리고 문득, 내 블로그의 비공개 글이 기억이 났다.

흑백 필름처럼 휙휙~ 지나간다.흐릿한 회색의 음영들을 뒤로한채로.

30초도 되지 않은 그 짧은시간에 어두운 터널속을 생각 없이 가만히 쳐다보면,가끔 그날이 떠오른다.어머니의 마지막 숨을 지켜보던 그날이.

한 많은 여인아.

당신은 무엇 때문에 그토록 치열하게 살아왔나.

물기 그득한 그 연민 어린 눈초리로 당신의 막내아들의 손을 붙잡고 그렇게 예정된 길을 가는것이 당신의 삶이었나.

당신 남편의 떨리는 손길로 그 마지막 눈꺼풀을 눌러줬을 때, 당신은 무엇을 보았나.

당신 볼의, 삶의 편린들을 따라 흐르던 그 마직막 눈물은 슬픔인가,회한인가 아니면 마침내 홀가분한 평안함인가.

그렇게 지하철 터널 속의 기둥들이 휙휙 지나간다.

오늘은 바람이 차다.
2008/10/10 09:0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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