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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17 편한 글

편한 글

일상 2011. 4. 17. 19:45
고민 끝에 한국기원 기전사업팀 하훈희 부장님을 찾아갔다. 하 부장님은 대만유학을 다녀와 대일 외국어고등학교에서 중국어를 가르친 교사출신으로 바둑계 최고의 ‘중국통’으로 꼽힌다.

또 중국문학을 전공한 데다 평소 붓글씨를 즐기는 서예가이기도 하고 사람까지 좋아서 나의 고민을 흔쾌히 해결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과연, 하 부장님은 기대대로 얘기를 듣자마자 단숨에 수많은 고전(古典)의 명문을 내 앞에 주르륵 늘어놨다. 그 중에서 고르라는 것이었다. 좋은 문구가 많았지만 마지막까지 내 눈을 떠나지 않은 글씨는 바로, 誠意였다.

휘호가 정해졌으니 그 다음에는 제대로 쓰는 연습을 해야 했다. 한동안 제법 끙끙거리며 꽤 많이 연습을 했는데도 자꾸 못생긴 글씨만 그려졌다. 하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나는 바둑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재주가 메주’니까. 그런 나를 두고 천재라니,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튼 그게 내 붓글씨의 한계인 것 같았다. 마음에 차지 않았지만 쓰고 또 쓰고, 많은 사람들에게 건네주다 보니 어떤 나름의 틀이 생겼다.

언젠가 내가 쓴 誠意를 보니 어쩐지 어수룩한 그 모양이 바둑을 떠난 내 모든 생활과 비슷한 것 같아서 흐흐흐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나’를 건네주는데 그 모양이 나를 ‘닮았다’면 어쨌든 나의 ‘마음’을 제대로 전한 것이니까. 글씨 그대로 ‘정성의 뜻’을 담았으니까.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투박한 내 휘호를 보고 ‘이창호답다’고 해주시니 그 또한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돌이켜보면 하 부장님이 많은 문구를 보여주시던 그날, 유독 誠意가 내 눈을 떠나지 않은 이유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마음이 와 닿았기 때문인 것 같다.

어린 시절, 나를 자전거에 태우고 성지를 순례하는 성자처럼 동네기원을 돌곤 하셨던 할아버지는 誠意 그 자체셨다. 무엇인가를 얻으면 반드시 그 이상의 것을 돌려주셨고 누구에게나 정성을 다하셨다. 그 마음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의 마음을 거쳐 어느 순간 나의 마음까지 깃든 것 같다.

‘세계최고’의 자리는 잠시 머무를 수 있어도 영원한 나의 자리가 될 수 없음을 안다. 그렇지만 할아버지의 마음으로 이어진 誠意만은 내가 존재하는, 언제까지라도 내 마음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誠意를 생각하는 날은 모든 일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 이창호 말하고 손종수 정리하다 -

가끔씩 들리는 사이버 오로에 이창호, 지고도 여유를 보여 기쁘다 라는 단상에서 발췌했다.

솔직하고 담담한 글이라 보는 이가 편하다.

특히나,

누군가에게 "나"를 건네주는데 그 모양이 나를 "닮았다"면 어쨋든 나의 "마음"을 제대로 전한 것이니까.글씨 그대로 "정성의 뜻"을 담았으니깐.

이 부분이 마음에 와 닿는다.그래서 굳이 붙여넣기를 하지 않고, 한번 더 내 손으로 직접 타이핑해봤다.

'문득,내 포스팅은 나를 닮았을까'

조금 더 생각이 깊어지기 전에 따내야겠다.Nib in the bud,8시 43분, 밤이 깊었다, 얘들이랑 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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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am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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