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일상 2008. 10. 16. 09:48
'무슨일이 있긴 있구나'

물티슈를 한장 쏙 빼내서 책에 낀 먼지를 닦고 있는 나를 가만히 보더니 아내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여전히 두번째 권을 쓰윽~ 쓱 문지르며 어깨너머로

'응?' 하고 되묻는 내게 아내가 또 말한다.

'말해봐, 무슨일인지'

생글거리는 눈빛인데, 나 역시 약간 미소띤채로 의아하게 되물었다.

'왜 그렇게 물어?'

'하루끼 책을 꺼내서 닦고 있자나'

무슨의미인지 제대로 파악이 안되서 뻣뻣한 자세로 아내랑, 내 손에 들린 '태엽감는 새' 네권을 번갈아봣다.

'뭔가 고민이 있거나,일이 있을땐,자긴 꼭 자기가 아주 좋아하는 책을 꺼내서 펴보는 버릇이 있어, 특히나 하루끼 책은'

'어, 내가 그래?'

'응'

'...'



몰랐었다.내가 그런 버릇이 있다는걸.

곰곰히 돌이켜보면 그런것같다.가만히 어떤 일로 부터 날 비켜세우고 싶을때나,좀더 뚜렷이 보고 싶을때, 마음을 가라앉히는 나만의 방식중의 하나인것이다.

무슨일인가에 대해선 모호한 말로 대충 말했지만, 왠지 지금은 덮어두는게 좋을것 같다.

아내 역시 더 묻지 않고 넘어간다, 아마 경험상 그러는게 좋다는걸 알고있다는 몸짓이다.

사실,나 역시 그 일을 제대로 파악할수가 없다. 왜 내가 그렇게 신경이 쓰이는지도 불확실하다.

그리고 뜻없이 새벽에 일어나 아내를 품어봤다.익숙한 향,부드러운 감촉.



아내가 꽤나 오래전에 내눈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이런말을 했었다.무척 담담한 눈빛이어서 잊을수가 없다.

'난 니가 생각하는것 보다 너에 대해서 더 많이 알어'

무슨뜻인지 파악할려는 날 좀더 지켜보더니 평상시로 돌아갔다.그때 난 약간 허방다리 짚는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아내는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부분들을 잡아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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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am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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