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얻기

일상 2008. 11. 1. 18:43

"2만원 입니다."

20만원도 아니고 단돈 2만원이다.

남들은 결혼한후에 살림이 느는 재미가 쏠쏠하다던데,어찌된게 아내와,난 살림을 하나 둘씩 처분한다.

근 5년정도 쓴 침대와 쇼파여서 사뭇 남다르다.아내와 손잡고 '그동안 정말 고맙다'는 짧은 말로 대신했지만, 많이 부족하다.

밖으로 들어낼 준비를 하면서,건조한 소리를 내는 가구를 못내 아쉽게 쳐다봤다.막 준비를 끝내고 보니,좀전과는 확연히 다른 가구 처럼 보였다.마치 절친한 사이였다가 어떤 이유로 절연한 것처럼 냉담하게조차 보인다.

잠시 후 실려나갈때가 되면,아마 아파트 모퉁이를 돌아나가는 그 트럭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지켜볼것 같다.그렇게 가구에도 정이 쌓이나보다.그 많은 삶의 기억들이 아롱아롱 새겨져있기도 빛나기도하면서,내 가족의 체취가 짙게 배여있는 그 물건들이다.

덕분에 내 주변 물건들이 새삼 달라보인다,그리고 그 익숙함에 조금은 안도한다.



침대와 쇼파를 버리기로 결정한 날,

"이렇게 하나,둘씩 버리면 우린 뭐가 남을까?"

내 물음에,아내가 한껏, 아주 한~~껏 귀여운(?) 표정으로 손가락끝을 자기볼에 대더니,

"음..... 우리 사랑? "

"하아, 하아, 하아, 하.하.하.하.하.하.하하하... "

그날 밤 난,그자리에서 얼.어.죽.을.때. 까지 웃고있었다.



Posted by iam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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