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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날다

일상 2009. 11. 20. 12:56

'손바닥 문학상?'

검색해보니, 한겨레다운 시도다.읽는 중간 중간 몇 번 숨을 가득 들이켜봤다.매끄럽지도 편하지도 않는 글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어내렸다.이번이 1회 인대, 앞으로는 어떤 글들이 당선작으로 얼굴을 내밀지 궁금하다.


<한겨레21>이 ‘손바닥 문학상’을 공모합니다. ‘손바닥 문학상’은 힘없는 사람들의 작은 웅얼거림을 듣습니다. 나쁜 세상의 뺨을 후려쳐주십시오. 착한 세상을 맞대어 악수하고 박수쳐주십시오. 세상에 대한 응어리를 소설로 풀어주십시오. 도전하십시오. ‘손바닥 문학상’에 ‘당선자 없음’은 없습니다.


오리 날다
신수원
똥을 담은 바구니가 휘청휘청 줄을 타고 내려가고 있다. 어젯밤 몸 밖으로 밀어낸 배설물을 담은 바구니는 줄 끝에 매달려 허공에서 바람을 따라 겅중거렸다. 공중에는 늘 크고 작은 바람이 지나다녔다. 고공을 가르는 바람에 탑 철제 난간이 둔중하게 흔들렸다. 흔들림이 난간 바닥을 딛고 있는 발바닥에 전해지면서 바닥에 깔린 스티로폼이 푹 꺼지는 착각이 일었다. 곧바로 온몸을 전율처럼 감싸는 현기증이 뒤따랐다. 나는 허리에 닿아 있는 위쪽 난간을 힘주어 잡고 몸의 중심을 유지했다.

“엄마, 저 사람들 왜 저래?”

몹쓸 것을 보기라도 했다는 듯 아이 엄마가 아이 얼굴을 가렸다.

“너도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돼. 알았지? 얼른 가자.”

손을 잡은 엄마에게 이끌려가는 아이는 고개를 돌려 자꾸만 우리를 돌아보았다. 아이가 보이는 관심을 무용담 삼아 그날 일과를 얘기 나눌 만큼 우리는 세상의 관심에 목말라했다.

가까이 오지 말아요.”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높은 곳에서는 에코가 들어간 것처럼 말소리가 울렸다. 난간을 잡은 손이 빗물에 미끈거렸다. 빗줄기는 점점 잦아지고 있었다. 발아래 깔아놓은 스티로폼이 발을 움직일 때마다 꿈틀거렸다.

“자자, 어차피 뛰어내리지도 못하잖아. 고생하지 말고 내려가자니까.”

이 형사와 사복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있는 전경의 얼굴은 굳어 있었지만 사복은 이 형사의 말에 노골적인 웃음을 지었다.

“성실교섭 촉구한다, 비정규직 철폐하자.”

사복의 비웃음을 느끼며 나는 난간을 잡은 손을 놓고 무의식적으로 입에 밴 구호로 악을 썼다. 진회색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얼굴을 적시고 시리게 목을 타고 흘렀다. 점점 사다리차가 옆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방향을 틀어 발을 떼는 순간 바닥에 깔았던 스티로폼 틈이 벌어지면서 무언가가 아래로 떨어졌다. 탑 아래에서 올려다보던 단체 회원들과 그동안 불어난 몇몇 사람들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동료들에게 편지를 쓰기 위한 필기구와 휴지 등을 담은 작은 사물함과 그 옆에 있던 어제 하루 모아놓은 오줌을 담은 페트병이었다. 바로 발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이 두려웠다. 빗물에 젖은 몸과 새벽의 한기에 몸이 와들와들 떨렸다.

“조심하자니까, 진복연, 어차피 내려갈 거잖아. 거 사람이 왜 그래. 여자가 똥오줌도 제대로 가리기 힘든 여기서 할 짓이 아니잖아? 좋게 내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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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am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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