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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5 일깨움 12
  2. 2009.12.11 씁쓸하다

일깨움

일상 2010. 1. 25. 13:41


1월 8일 금요일 밤 9시 40분쯤이었다.내게 일거리 제안이 들어온 게.

수영 클래스를 듣고,아직도 상당히 쌓여있는 눈을 뽀드득,뽀드득거리면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단가 협의가 남았지만, ' 할 의향은 있다'구 말했다.

제안을 주신 분도 자신은 결정권자가 아니므로, '딴 데도 같이 알아보라'는 말을 남기었다.

그리고 11일에 협의가 끝났고, 구두로 "하겠다" 고 말했다.

결정권자가 연락을 할 거다 라는 말을 듣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이틀,삼일이 지나도 계약서를 쓰자는 연락이 없었다.

그 사이 더 좋은 자리가 났다,지원서를 낼까 말까 잠시 주춤했었다, 이미 딴 곳과 구두로는 계약을 한 상태였다.

그런 주저함도 잠시, 보내기 버튼을 마우스로 클릭했다.

...
..

잠깐 자리에서 불편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저녁을 준비하는 아내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나 다른 자리에도 지원서를 넣었어."

아내는,

"다른 곳에 이미 하겠다고 했잖아"

말투의 뉘앙스를 눈치채고, 구차한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아직 계약서 쓰자는 연락도 없고, 계약서 도장도 안 찍어자나"

"..."


그 짧은 몇 초간 아내의 침묵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백 마디 말보다 더 묵직하게 내게 되묻고 있었다.

그날 저녁 먹는 동안 꽤나 속이 거북했다.


다음 날,

내가 참 얄팍한가 봐, 라고 말을 꺼냈다.

아내는, 사람이 다 그렇지, 하면서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그리고 15일에 정식 계약이 되었고, 모든 게 확정된 이후에 내가 지원한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이미 딴 곳과 계약이 됐다는 내말에, 제가 너무 늦게 연락을 했군요 라는 대화로 마무리되었다.


그날 밤 아내는 내가 가진 얄팍한 면을 말없이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아내는 내가 가지지 못한 그만큼의 품위가 있었다.

그날의 부끄러움을 잃어버리지 않게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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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am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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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하다

일상 2009. 12. 11. 08:48

<방문진의 하수인으로 돌아온 엄기영을 더 이상 인정할 수 없다>

점령군의 칼부림은 경영진을 반토막 내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것도 보도, 편성, 제작, 경영이라는, 정권과 방문진이 그토록 못 마땅해 하던 역할을 해온 이들을 무대에서 한꺼번에 퇴장시킴으로써 이제 그들이 원하는 꼭두각시들로 빈자리를 메울 수 있게 됐다. 방문진은 또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살아남은 경영진들에게 언제든지 칼을 휘두를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조금의 반항도 용납될 수 없음을 뼛속 깊이 각인시켰다. 이로써 방문진은 남은 자들과 새로 들어온 자들이 서로를 감시하고 충성을 경쟁토로 하는 체제를 확립했다며 뿌듯해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MB 정권엔 MBC를 전리품으로 바치며 점령군으로서 하달 받은 첫 번째 임무를 드디어 달성했음을 자랑스럽게 보고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오만방자하고 몰상식한 칼날의 위협만으로 MBC를 제 손아귀에 넣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권과 방문진만의 착각이다. 방문진의 재신임은 엄기영 사장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식물 사장으로 전락시켰을 뿐이다. 자신의 팔다리를 잘리고도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는 굴욕을 선택한 엄 사장에겐 이제 방문진의 하수인이며, 정권의 나팔수를 자처한 인물이란 지울 수 없는 낙인이 찍혔다. 대체 그런 낙인이 찍히고서 어떻게 방송의 독립을, 공정성을,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지켜낼 수 있단 말인가?

따라서 우리는 정권으로부터, 방문진으로부터 재신임을 받고 돌아온 엄기영 사장을 공영방송의 수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 자신의 생명 연장을 위해 팔다리를 잘라 내준 것은 한 조직의 책임자로서 배신이며 용서받기 어려운 행위임은 물론이고, 엄 사장의 더 크고, 씻을 수 없는 죄는 온 국민을 위해 지켜야할 공영방송의 수장 자리를 조금의 주저함이나 반항 한번 없이 방문진에 스스로 갖다 바친 행위이다. 

조합은 오늘 이 시점부터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협의 외에 사측과 일체의 대화를 중단할 것을 선언한다. 또 방문진의 꼭두각시로 채워질 새로운 경영진 역시 절대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이들이 단 한 발자국도 MBC에 들이밀 수 없게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이미 공언한 대로 공영방송의 위상을 뿌리 채 흔들어 놓은 김우룡 이사장에 대한 퇴진 투쟁은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갈 것이다.

국민을 섬겨야할 방문진은 정권을 섬기고, 시청자를 섬겨야할 엄 사장은 방문진을 섬기는 어처구니없는 형국이다. 이제 공영방송 MBC의 운명을 지키는 것은 2천여 MBC 조합원들의 사명이자 곧 우리의 운명을 지키는 일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어떠한 어려움과 희생이 닥치더라도 이 시대가 부여한 막중한 임무를 다하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MBC 노조의 성명서를 읽고,나도 모르게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사용되는 단어 단어 마다 날이 바짝 서있다.그 정도로 상황은 급박하다.

엄기영 사장의 진의를 어서 빨리 듣고 싶다.침묵은 필요할 때 꼭 해야 할 말을 해야 할 때만이 그 가치를 발한다.

내 나라가 점점 더 잔인한 사회로 변질되어가고 있다,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안정망과 장치들이 하나둘씩 맥없이 쓰러져 간다.이젠 그 쓰러지는 소리마저 들을 수도 없게 되어버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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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am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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