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 아이스크림

일상 2008. 5. 28. 09:06
네살박이 채승이가 삼춘이랑 호두 아이스크림을 맛나게 먹고있었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2학년인가 그때 처음 먹어봤던 그 맛이다.

그 두꺼운 종이로 감싸아진 사각형 아이스크림,키 큰 아저씨가 웃는 얼굴로 건넸던 기억.

한참 후에야 그 아저씨랑 큰 누이가  결혼할거라는걸 들었다.그 당시엔 결혼이 뭘 의미하는지도 몰랐다.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ㅋ


은하철도 999 연필깍기.

큰 누이가 결혼식을 했던 날,난 기쁘지 않았던 것 같다.지금 다시 기억을 더듬어 봐도,뭔가 사람들로 넘쳤났다는 기억,시끄럽다는 기억, 그리고 술 냄새등등이 전부다.

그때 큰 누이의 얼굴을 떠올리려해도 기억이 안난다.

그리고,내가 정말 갖고 싶었던 저 연필깍기를 선물로 받았어도 난 즐겁지 않았던것이다 .

그때 당시 선생님이었던 큰 누이의 월급날이 내 어린시절의 가장 큰 기쁨이엇다.

그날이면 늘, 소년중앙을 사주었고,어린 내겐 그날이 지나면 다시 한달을 손꼽아 기다렸었다.

꼬맹이었던 그때의 나도 소년중앙보다,뭔가 더 큰,소중한 무언가가 내게서 멀어지는걸 알아버렸던것 같다.


시간이 지나 큰조카를,여전히 어렸던 내가 안았을때 그렇게도 좋았었다.그냥 좋았었다.

수년만에 폭설이 내렸던 겨울 어느날 큰조카가 감기에 걸렸을때,그 조그마한 두손을 내 윗옷단추를 풀고 가슴에 꼭 품고서 병원까지 걸어갔던 그 기억이 선명하다.

왜 그토록 조카를 각별했는지, 머리가 커질무렵에 조금씩 알수있었다.



지금,내 아들을 안아보는 나는,그때의 어린 내 모습에 애틋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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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am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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