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Me Home, Country Roads

일상 2021. 5. 10. 13:04

한가한 토요일 오후 낚시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이번에 가져갈 세 개의 릴을 분해해서 꼼꼼하게 기름칠하고 세 개의 로드는 이상 없는지 휙휙 소리 나게 캐스팅해봤다. 

라인, 쇼리 리더,  찌낚시용 장비, 루어 등을 하나씩 살펴보고 라이프 재킷과 갯바위용 신발 역시 신어보고 조여봤다.

이래 저래 부산하게 준비를 마치고 안방에 들어가려는데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둘째 아들의 변성기에 접어든 목소리와 함께 앳댄 여자아이 그리고 또 한 명의 남자아이 목소리가 들렸다.

Country roads take me home

To the place I belong

West Virginia mountain momma

Take me home country roads
...


열린 방문 너머로 보니, 친구들과 마인크래프트 피씨용 게임을 하고 있었고 동시에 아이패드로는 화상 통화를 하고 있었다.

아이가 눈치 채지 못하게 마치 무슨 일이 있는 듯하면서 주변을 서성거렸다. 

일분 남짓이었을까, 마침내 합창이 끝나고 또 다른 게임을 시작한 듯한 말을 주고받으면서 크게 웃고 떠들고 있었다.

 


그 장면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한국에서 태어나 세 살이 채 되지 않았을 때 부모의 결정으로 이국 땅으로 이민을 왔다.

낯선 얼굴들, 언어, 환경 등을 온전히 자기 힘으로 받아들이고 헤쳐왔을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거다. 성인인 나도 쉽지 않았으니까.

그런 그 아이가 이제는 Year 7 ( 한국으로 하면 중학생이다 )이 되었고,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하면서 존 덴버의 노래를 영어로 합창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난, 꽤 복잡한 기분이었다. 그것도 잠시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아들아, 그 노랫말처럼 네게 Mountain Momma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

한가로운 주말의 어느 날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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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am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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