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10년차

일상 2020. 6. 25. 06:31

이번 달로 내가 호주 이민 온지 10년이 되었다.

 

뭔가 남다른 감회랄까 그런건 없다.

 

아내가 이번 달이 10년차야 라는 말을 건넜을 때도, '아, 벌써 그렇게 됐네' 정도였다.

 

그리고는 나름 맛있는 케익을 준비해서 그날 밤 조촐하게 가족끼리 자축했었다.

 

아내에게 고생했어라는 말을 건넸던 것 같고, 아들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었던 것 같다.

 

돌아보니, 큰 아들은 벌써 고등학생이 되었고, 둘째도 내년이면 중학생이 된다. 막뚱이는 여전히 천둥벌거숭이  초등학생이다.한국으로 치자면 말이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글은 많이 쓰고 다듬을 줄 알아야지, 제대로 된 글이 나온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건지, 아니면 뭔가 피곤한건지 생각이 글로 나오지가 않는다.

 

가끔씩, 이럴 때는 내가 썼던 글들을 읽고 맞춤법을 고치는 일을 하곤 했었다. 처음은, 띄어쓰기 부터 단락 나누기( 그래봐야 스페이스로 띄우는 게 다지만) 그리고 마지막에는 적당한 단어로 대치하는 작업이다. 단순한 작업이지만 이게 의외로 효과가 있다. 천천히 이 단어, 문장이, 단락이 마지막으로 글 전체가 무얼 말하고 싶은건지 가닥이 잡혀간다. 

 

아마도 그 사이 제대로 된 글들을 많이 읽지 안았던 이유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Yes 24 앱을 실행해서 작년에 인문서를 몇권 봤나 했더니 한 손가락에 꼽힌다. 나머지는 죄다 실용서다. 그러다 카트를 확인하니,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가 눈에 띄인다. 돌이켜 보면 디킨스의 작품을 책으로 읽어본 적이 없다. 이제는 읽어볼 때가 왔다.

 

이민 10년차의 제목과 디킨스의 조합이라, 점점 산으로 가는 구나. 뭐 이것도 또 다른 하루의 시작치곤 나쁘지 않다. 최소한 내 생각을 글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는데 의미를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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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am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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