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하는 날

일상 2010. 6. 3. 20:12

십.분.

십.분.

몇 달 넘게 날 마주하는 이 짧은 시간은 가지지 못했었다.뭐가 그리 어지러웠나.

떠나기 전의 오늘 밤, 가족 모두 처가댁으로 먼저 보내고 나 홀로 그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헤아려 보려 한다.

밝은 면을 보지 못함인가, 벌써부터 고개를 쳐든 건 나의 가식과 약삭빠른 마음이다.마주하고 물리쳐도 조금이라도 늦추면 새록새록 무성하게 잘도 자란다.시간은 늘 자기편이라는 듯이, 그리고 예상대로 또 다시 일어나고 또 다시 흔들린다.

아마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내가 어떤 인물인지 좀 더 명료하게 드러날 것 같다.두려워 할 바도 아니지만, 방심하지도 않겠다.



그러고 보면, 어머니는 무척 강미가 있는 분이셨다.

그때 몹쓸 병에 걸려 피를 토하는 아들 곁에서 늘 같은 눈길로 바라보시고 있었다.

어느 날, 시장통에서 샀다며 싸구려 상의를 병실로 가져오셨다. 한 손엔 아들이 먹고 싶다는 초밥이 들려 있었고.

약기운에 축 늘어진 아들을 보시다가, 그 옷으로 갈아 입으시더니, 한 바퀴 휙 도셨다.

"이쁘냐?"

일상생활을 하다가 가끔 그 모습이 떠오른다, 그럴 때면 늘 나도 모르게 피식 웃는다.

아내도, 아들도 한번씩은 내 그런 모습을 보면서 왜 웃느냐고 물었었고, 난 그때마다 아니야 하면서 화제를 돌렸다.

그때 난 옆으로 누워 힘없이 말했다.

"이뻐요"



오늘 밤은 홀로 만나볼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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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선거용 책자에 푸른색 수의를 입고, 맑게 웃고 있던 그녀의 사진이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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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일상 2010. 5. 29. 09:18

부시시한 머리로 노트북을 켜고 습관적으로 한번씩은 들리는 자료실,클릭한 게시물의 보고 있다가 게시자가 삽입한 이 곡에 점점 더 귀 기울인다.

가볍고 신선한 아침공기와 잘 어울린다,심플하다.




Spotlight shining brightly
on my face
I can't see a thing
and yet i feel you looking my way

Empty stage
With nothing but this girl
Who's singing this simple melody
And wearing her heart on her sleeve

And right now
I have you
For a moment i can tell i've got you
Cause your lips don't move
And something is happening
Cause your eyes tell me the truth
I've put a spell over you

Beauty emanates from every
word that you say
And captured the deepest thoughts
in the purest and simplest of ways
But you see
I'm not that graceful
Like you
Nor am i as eloquent
But just a simple melody
Can change the way that you see me

And right now
I have you
For a moment i can tell i've got you
Cause your lips don't move
And something is happening
Cause your eyes tell me the truth
I've put a spell over you

And all my life i've stumbled
But up here i am just perfect
Perfect as i'll ever be

I have you
For a moment i can tell i've got you
Cause your lips don't move
And something is happening
Cause your eyes tell me the truth
I've put a spell ove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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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일상 2010. 5. 28. 07:23


4월 1일
스트레칭 5분, 줄넘기 3라운드 (3분씩 운동 후 30초 휴식)
어깨 풀기 스트레이트 3라운드
스텝 뛰기 10라운드
마지막 줄넘기 3라운드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종아리에 은근한 통증이있다.이미 줄넘기 3라운드 때부터 헥헥 거렸다.무릅을 잡은 채로 거친 숨을 몰아쉬는 내 입 주위에서 단 냄새가 난다,나도 모르게 이 명주실처럼 한 줄 길게 늘어진다.

"일주일은 갈 거야, 그 담부터는 풀려" 라는 관장님의 말을 건성으로 흘리고 계단을 내려왔다.밖으로 나와 숨쉬기가 조금 편해지니 천천히 얼굴에 미소가 올라온다.

4월 2일
전날과 모든 게 동일, 틀린 점이라면 통증이 무릎관절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걷는데 조금 절룩거린다.
"일주일은 갈 겁니다", 이때는 챔피언 전진만 선수를 몰라봤었다.

4월 3일
전날과 동일,스텝에 쨉 추가,통증은 여전.

일주일
원투 스트레이트 추가.조금씩 몸이 적응. 뭉쳤던 근육들이 풀려감.

이주일
일주일에 세 번만 나오기로 변경,여전히 원투 스트레이트.줄넘기가 조금씩 편해짐.

삼 주째 되는 날, 처음으로 체육관에서 스파링을 봤다.고등학생인듯한 두 학생이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몸을 풀고 있다.최소한 6개월 이상은 배웠을 것 같은 몸놀림이다.

"땡" 경쾌한 공소리와 함께 파이트!

다른 관원들 모두 시선은 그쪽으로 쏠려 있다. 나 역시도 스트레이트 연습 하면서도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링사이드에서 관장님의 독려하는 목소리,가끔씩 "그렇지" 하면서 즐거운 톤으로 계속 파이팅을 외친다.

중간에 세 번의 스톱이 있었고, 한 친구는 1라운드 부터 입술이 터졌다.관장님은 이런 작은것(?)에는 개의치 않은 듯 연신 즐거운 목소리 였다.

3라운드가 끝나고 둘 다 얼굴이 상기된 채로 내려왔다.온몸은 땀으로 흠뻑 젓었고 서로 악수하면서 마무리 지었다.

오 주째 붕대와 글러브가 생겼고,샌드백을 칠 수가 있었다.글러브에는 관장님의 글씨로 내 이름이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동시에 체육관 안으로 개인 관물대 자리가 만들어졌다.그리고 통증은 이제 오른쪽 엄지 발가락 쪽으로 내려왔다.근육통과는 다른 대 은근히 걷기에 불편하다.그 사이 체육관 관원모집 포스터가 파퀴아오로 바꼈다.

육 주째 더블 원투 스트레이트가 추가, 통증 부위가 왼쪽 발바닥 새끼발가락 부근으로 옮겨갔다.동작이 하나 추가될 때마다 아픈 자리가 바뀐다.

칠 주째 이젠 줄넘기가 익숙하다. 다른 모든 동작은 여전히 미숙하지만, 끝나고 나면 개운한 기분이 좋다.

앞으로 나올 날이 두번 정도 밖에 없을 것 같은대,복싱, 매력적인 운동이다.단점이라면 없는 살이 더 빠진다, 정확히는 압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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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감.

일상 2010. 5. 26. 11:20


배편으로 보낸 것 중 하나가 만화였다. 그중에 와탕카 영문판과 일어판을 보면서 이거야!! 하고 쾌재를 불렀다.

지금도 보고 있는 만화 중에 하나인 리얼,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만화의 가장 큰 특징중에 하나라면 그 사실감이다.뭐랄까, 제목처럼 리얼리티가 튄다.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만화.극 사실주의 화풍 정도인가.

어쨋든 등장인물들 하나하나가 존재감이 있다.섬세하고 밀도가 높은 작품인대, 같은 작가가 여백이 많은 배가본드까지 소화한다니, 참 대단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작가 중에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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