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서 "정치이야기는 딴 데 가서 하라, 난 정치에 관심이 없다" 라는 말을 듣게 되면 다시 한번 그이를 돌아본다.

그렇게 되어버린 원인이야 많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시선을 감출 수는 없다.

정치는 곧 우리 생활이다.

홍세화의 새 책 생각의 좌표 를 소개하는 기사 제목이 유난히 와 닿는다.

링크를 걸려다가, 글 전체를 옮겨본다.

20대에 반(反)나치 투쟁에 참여했다가 붙잡혀 수용소에서 죽을 운명이었으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유태인 학자 프리모 레비는 일흔 살을 앞두고 끝내 자살을 선택했다. 그는 죽기 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괴물이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진정으로 위험한 존재가 되기에는 그 수가 너무 적다.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의문을 품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믿고 행동하는 기계적인 인간들 말이다."

괴물보다 위험한 것은, 바로 '기계적' 인간들. 프레모 레비가 이들을 '위험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이들이 결코 '의문'을 품지 않기 때문이다. 아우슈비츠의 폭력이 가능했던 이유는 독재자의 폭압적인 통치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독재자의 폭력에 '침묵'했던 대다수의 독일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9년 대한민국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용산에서 철거민 다섯이 목숨을 잃었을 때 사람들은 처음엔 분노를, 그 다음엔 동정을, 그 다음엔 망각을 선택했다. 영국의 사회학자 스탠리 코언의 책 제목을 잠깐 빌리자면, '잔인한 국가'와 '외면하는 대중'이 기가 막히게 호흡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겨레>기획위원 홍세화가 6년 만에 새 책을 펴냈다. 그의 책 <생각의 좌표>(한겨레출판 펴냄)는 '외면하는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사고 틀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하는 책이다. 당신의 생각은, 어떻게 당신 것이 되었는가, 라는.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

홍세화에 따르면, 사람은 때로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다. 사람들의 생각은 여간해서는 잘 바뀌지 않으며, 웬만한 내적 결단과 용기 없이는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는다.

▲ <생각의 좌표>(홍세화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한겨레출판
그런데 그 생각들이 개인의 부단한 성찰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제도 교육과 사회가 던져준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내 생각의 '주인'이 아니라, 남들이 뿌려놓은 생각의 '노예'가 된다. 따라서 저자는 끊임없이 독자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

홍세화는 이 질문을 적극적으로 던질 때 자기 생각을 바꿀 가능성은 그나마 열리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지배 세력이 주입하는 생각들을 그대로 수용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한편으로, 이 질문에는 이미 '생각의 노예' 상태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쓸쓸한 시선 또한 담겨 있다.

'당신의 (지불) 능력을 보여주세요',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라는 선동에 사람들은 동화할 뿐 아니라 선망하고, 학생들은 줄 세우기식 교육을 통해 이따금 인권 의식을 '배우(學)'지만, 일상에서는 오히려 인권 침해를 '익힌다(習)'. 물신 지배의 논리에 우리가 무방비로 포섭돼 있는 '생각의 노예'임을 너무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왜 비판하지 않고 선망하게 되었나?

문제는 이 과정 속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자신이 해고를 당하기 전까지 비정규직 노동자의 싸움은 '노력하지 않은 자'들의 밥그릇 싸움이다. 갑작스런 재개발로 턱도 없는 보상비를 받고 쫓겨나기 전까지는, 용산 참사 희생자들에게 '몇 푼 더 받으려 싸우다가 죽은 사람들' 정도의 시선을 던질 뿐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 모든 문제들이 '나의 문제'가 될 수 있음에도, 자신의 존재를 거슬러 의식을 형성하는 사람들.

이러한 의식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 가능성과 무관한 주술에 의식을 맡겨 놓고, 현재의 자신의 처지가 아니라 꿈꾸는 미래의 모습에 자신을 투사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대한민국 1퍼센트'나 '부자 아빠'라는 미래에 대한 선망이 자신의 존재를 압도한다.

'더 인간적인 사회'가 아니라, '덜 비인간적인 사회'로

"내가 유전자를 신뢰하는 데 비해, 그는 교육과 환경을 신뢰한다. 내가 자신과 남을 싸잡아 불신하는 데 비해, 그는 남과 자신을 동시에 신뢰한다. 우애, 연대 같은 말이 내게는 관념인 데 비해, 그에게는 구체다."

'파리의 택시 운전사' 홍세화를 가장 먼저 국내에 소개한 고종석이 자신의 책 속에서 그를 평가한 대목이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났지만, 망명객의 신분을 벗고 한국에 돌아온 홍세화는 크게 달리진 점이 없다. 여전히 교육과 환경을 중요성을 신뢰하며, 책상머리에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사회적 약자의 연대'를 주장한다.

의식이 존재를 배반하는 사회. 그래서 모두가 상위 1퍼센트로 달려가는 사회. 그럼에도 저자는 '사회적 약자가 연대하는' 사회를 끈질기게 희망한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고 그 근거인 젊은이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로 책을 썼다는 그는 젊은이들에게 뿌리깊은 물신주의에 저항하기 위해 '인간성의 항체'를 기르자고 당부한다.

" 이상 사회를 미리 그려놓고 그것을 향해 사회 운동을 펼쳐 나가기보다는 오늘 이 사회의 불평등과 고통과 불행을 덜어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지금 여기'를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면서 우리가 바라는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오늘 한국에서 집집마다 초인종을 누르는 열성을 보이는 집단은 두 부류이다. 하나는 함께 교회에 가자는 사람들이며 다른 하나는 '조중동'을 구독하라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명절 때 만나는 친척에게 한나라당에 힘을 실어주지 말라고 설득하지 않으며, 식당 주인에게 '이 집 음식 맛은 괜찮은데 몰상식한 신문을 보시네요'라고 한마디 던지지 않는다. (…) 건강한 시민이라면 의지로 서로의 힘을 결집시켜야 하며 힘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마땅하다. 이것을 우리는 '연대'라고 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더 인간적인 사회가 아니라, 덜 비인간적인 사회"를 위해 쉼 없이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군가의 생각이 바뀌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너무 잘 알고 있는 그가, '내 생각은 어떻게 내 것이 되었나'라는 성찰을 주문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그렇게 한걸음 씩 나아갈 때만이, 이 사회가 조금은 '덜 비인간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명수 기자 메일보내기 필자의 다른 기사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씁쓸하다  (0) 2009.12.11
객관적 사실  (0) 2009.12.10
AAAGGGAGAGTTTCTA 나 GGGTATATTGGAA  (0) 2009.12.04
현명한 인생  (0) 2009.12.01
11월 30일  (0) 2009.11.30
Posted by iamyhs
,

같은 신음소리나 이 가는 소리 정도 밖에 표현하지 못할 것이다.

재밌다,무척이나 흥미롭고 곁에서 같이 걸어가는 것 처럼 매끄럽게 이야기를 이어간다.학자가 글도 이렇게나 잘 쓰는구나.

그런탓인지 각 장들의 제목들도 마음에 든다. 덧붙여 책의 무게도 내 입맛에 딱 맞다.덜컹거리는 지하철 안에서 오른손 바닥 위로 가볍게 던져봤다.

이 무게감을 안다.친숙한 무게감이다.

2년 전쯤인가. 무슨 생각에서 인지 저글링을 배우고 싶었다.인기 짱 되는 저글링 배우기 라는 책으로 한 달여 만에 저글링을 완성했다.조그만 성취감이었다.

이 분의 또 다른 책 모자란 남자들 : 과학 통념을 깨버리는 남자와 여자 이야기, 역시 비슷한 질량이다.마음에 든다니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객관적 사실  (0) 2009.12.10
'괴물'보다 더 위험한 것은 바로 '당신'!  (3) 2009.12.08
현명한 인생  (0) 2009.12.01
11월 30일  (0) 2009.11.30
이제 집만 넓히면 된다.  (0) 2009.11.26
Posted by iamyhs
,

현명한 인생

일상 2009. 12. 1. 06:15

어리석은 사람일수록 세상에 대해 불평과 불만만 쌓이는 법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세상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키기보다 세상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사람들에게 동정을 구하려 든다.

언제까지나 불평과 불만 속에서 살고 있을 것인가?

어차피 인생은 험악한 세상에 내던져진 것이다.

현실에 불만을 쌓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 겁을 먹고 걱정하며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짐승과 같은 삶이다.

현명한 인생은 자신이 이 어지러운 세상에 나온 것에 감사하고 이 세상을 행복한 세상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자세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행하는 것이다.

세상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것이다.

다만 누가 더 가치 있고 행복하게 사는가 하는 것만이 다를 뿐이다.

톨스토이

가끔씩 들리는 모 카페 대문에 걸려 있는 글이다.오늘 따라 유난히 마음에 와 닿아서 옮겨본다.이 원문을 찾아보려 했는데, 찾지 못했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때는 현재이며,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며,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

몇 번을 읽어봐도 새롭다.편안한 기분으로 카트에 "마음의 선물" 을 넣었다.뛰어난 고전을 만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Chuck Mangione - Feel so good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괴물'보다 더 위험한 것은 바로 '당신'!  (3) 2009.12.08
AAAGGGAGAGTTTCTA 나 GGGTATATTGGAA  (0) 2009.12.04
11월 30일  (0) 2009.11.30
이제 집만 넓히면 된다.  (0) 2009.11.26
미쁜 놈  (0) 2009.11.24
Posted by iamyhs
,

11월 30일

일상 2009. 11. 30. 08:44

2009년도 이제 한 달 남았다.

벌써 부터, 첫째,둘째, 셋째 주 주말 약속이 모두 잡히고 있다,약속들이 겹치기 시작하는데,굳이 10-10-10 방식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답은 곧바로 나왔다.

가족 먼저, 가까운 친구 먼저로 정하니 의외로 간단히 끝났다.달력에 동그라미를 치다 보니 12월엔 세 번의 가족모임이 정해졌다.직장과 동기들 모임 건은 그래서 일단 순위에서 밀려났다.

그다지 바쁠 것도 같지 않은데, 12월만 되면 꼭 이런다.

개인적으로 가족들 모두 스키장을 가고 싶은데,첫째가 어려서 였다가, 둘째가 태어나서,다시 둘째가 어려서 이런식이 된다. 아마 그다음은 아내와 내가 나이가 많아서이지 않을까. 이건 아냐~

때론 생각이 많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맵시있고 산뜻하게 움직여 보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AAAGGGAGAGTTTCTA 나 GGGTATATTGGAA  (0) 2009.12.04
현명한 인생  (0) 2009.12.01
이제 집만 넓히면 된다.  (0) 2009.11.26
미쁜 놈  (0) 2009.11.24
우연히 겹치는 일  (0) 2009.11.23
Posted by iamyhs
,

상상력이 참 좋다.닌텐도 위를 하면서 느낌점이다.

아주 푸욱~ 빠진 건 아니지만, 아들과 몇 십분 같이 놀 수 있는 기구가 생겼다는 자체로 만족한다.

그러다 야구와 테니스 게임을 하면서, 갑자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집만 좀 더 넓었으면 좋았을 건데 말야'  탁~ 트인 공간에서 휘두르면 제격이다 싶다.

꽤 긴 시간 동안 티비가 없었다가 다시 보니, 약간 낯설긴 하다.거실에 떡하고 자리 잡고 있는 폼이,"원래 여긴 내 자리였어" 하는 것 같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명한 인생  (0) 2009.12.01
11월 30일  (0) 2009.11.30
미쁜 놈  (0) 2009.11.24
우연히 겹치는 일  (0) 2009.11.23
오리 날다  (0) 2009.11.20
Posted by iamyhs
,

미쁜 놈

일상 2009. 11. 24. 10:18

"어~ 어! 어~~~ "

"훌륭하다, 훌~륭해~"

몇일 있으면 이 되는 둘째가 일어선 자기를 보란 듯이 형에게 나름의 말을 했고,그 모습을 본 큰애가 동생에게 해준 말이다.

저 상황에서 어른스럽게 동생을 칭찬하고 짝짝짝짝! 박수를 크게 쳐주는 모습에, 나도 아내도 덩달아 환호하면서 박수를 쳐주었다.둘째는 함박웃음으로 화답하곤 자신도 박수를 치는 시늉을 한다.

훌.륭.하.다 라는 단어를 어디에서 꺼내왔을까.어느새 역할을 하는 것 같아, 하기도 대견하기도 하다.

요즘 둘째는 걷기 시작하기 전에 일어나기 연습 중이다.넓은 대지를 밟고 일어서는건 아니지만, 서는 모습을 볼때마다 새롭다.

큰 녀석이 스스로 일어날 때에도 내가 이렇게 경이롭게 쳐다보았던가.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 30일  (0) 2009.11.30
이제 집만 넓히면 된다.  (0) 2009.11.26
우연히 겹치는 일  (0) 2009.11.23
오리 날다  (0) 2009.11.20
기대감만 부풀어 오른다  (0) 2009.11.19
Posted by iamyhs
,

우연히 겹치는 일

일상 2009. 11. 23. 11:11

몇 가지 일들이 하나를 가르키고 있다.멀리도 아닌 바로 내 턱밑 가슴께로.


이마트에 9시 반 개장하는 시간에 맞춰서 간다, 무엇보다 붐비지 않는 그 점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늘 돌아오는 샛길에서 줄넘기를 하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에 눈길이 멈추었다.

40대 초중반.
허름한 상, 하의
지저분하고 다 떨어진 운동화,
오른쪽은 무릎께 까지 올라온 추리닝복.
중간을 맺어 묶은 줄넘기 줄

줄넘기를 하고 있는 거야,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그런 차림으로 그런 장소에서는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내 주의를 끈 건 그이의 눈빛이었다.뭔가 결연한 표정이었다. 넋 빠진 모습도 아니었고, 힘들어하는 표정도 아니었다.

뭔가의 이유로 용납할 수도 질 수도 없다라는 의지가 표정에 묻어 나왔다.

복서는 아닌 것 같은데.. 어디가 아프신가...

브레이크를 지긋이 밟으면서 백미러로 다시 한번 확인했다.잘못 본 게 아니다.


그리고 그 눈빛에 내 안의 다짐과, 부끄러움을 또 한번 일깨운다

'아버지의 일상은 아들의 신화가 된다'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이 되고 싶다 라는건 모든 아버지의 바램이다.

가당찮은 이유로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 하지 말라.

토마스 몇 개 더 사준다고, 아이가 나와 더 친밀해졋다는 착각을 하진 말자.그래도 엄마 몰래, 아이에게 약속한다.

얼마간의 보상심리로 그런 식의 표현을 하는걸 잘 안다.

오래가지 못한다, 누구보다 아들이 알고, 내 자신이 안다.


엊제밤 아들이 아빠와 잘 거야 하는 목소리에 사실은 은근히 기뻤다.피곤하다는 이유로 큰아들을 재우고 작은 방에 혼자 자는 기간이 길어진다.

아내 말마따나 확실히 난 이기적이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제 집만 넓히면 된다.  (0) 2009.11.26
미쁜 놈  (0) 2009.11.24
오리 날다  (0) 2009.11.20
기대감만 부풀어 오른다  (0) 2009.11.19
사랑해 목소리 톤의 커맨드와 의미  (0) 2009.11.19
Posted by iamyhs
,

오리 날다

일상 2009. 11. 20. 12:56

'손바닥 문학상?'

검색해보니, 한겨레다운 시도다.읽는 중간 중간 몇 번 숨을 가득 들이켜봤다.매끄럽지도 편하지도 않는 글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어내렸다.이번이 1회 인대, 앞으로는 어떤 글들이 당선작으로 얼굴을 내밀지 궁금하다.


<한겨레21>이 ‘손바닥 문학상’을 공모합니다. ‘손바닥 문학상’은 힘없는 사람들의 작은 웅얼거림을 듣습니다. 나쁜 세상의 뺨을 후려쳐주십시오. 착한 세상을 맞대어 악수하고 박수쳐주십시오. 세상에 대한 응어리를 소설로 풀어주십시오. 도전하십시오. ‘손바닥 문학상’에 ‘당선자 없음’은 없습니다.


오리 날다
신수원
똥을 담은 바구니가 휘청휘청 줄을 타고 내려가고 있다. 어젯밤 몸 밖으로 밀어낸 배설물을 담은 바구니는 줄 끝에 매달려 허공에서 바람을 따라 겅중거렸다. 공중에는 늘 크고 작은 바람이 지나다녔다. 고공을 가르는 바람에 탑 철제 난간이 둔중하게 흔들렸다. 흔들림이 난간 바닥을 딛고 있는 발바닥에 전해지면서 바닥에 깔린 스티로폼이 푹 꺼지는 착각이 일었다. 곧바로 온몸을 전율처럼 감싸는 현기증이 뒤따랐다. 나는 허리에 닿아 있는 위쪽 난간을 힘주어 잡고 몸의 중심을 유지했다.

“엄마, 저 사람들 왜 저래?”

몹쓸 것을 보기라도 했다는 듯 아이 엄마가 아이 얼굴을 가렸다.

“너도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돼. 알았지? 얼른 가자.”

손을 잡은 엄마에게 이끌려가는 아이는 고개를 돌려 자꾸만 우리를 돌아보았다. 아이가 보이는 관심을 무용담 삼아 그날 일과를 얘기 나눌 만큼 우리는 세상의 관심에 목말라했다.

가까이 오지 말아요.”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높은 곳에서는 에코가 들어간 것처럼 말소리가 울렸다. 난간을 잡은 손이 빗물에 미끈거렸다. 빗줄기는 점점 잦아지고 있었다. 발아래 깔아놓은 스티로폼이 발을 움직일 때마다 꿈틀거렸다.

“자자, 어차피 뛰어내리지도 못하잖아. 고생하지 말고 내려가자니까.”

이 형사와 사복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있는 전경의 얼굴은 굳어 있었지만 사복은 이 형사의 말에 노골적인 웃음을 지었다.

“성실교섭 촉구한다, 비정규직 철폐하자.”

사복의 비웃음을 느끼며 나는 난간을 잡은 손을 놓고 무의식적으로 입에 밴 구호로 악을 썼다. 진회색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얼굴을 적시고 시리게 목을 타고 흘렀다. 점점 사다리차가 옆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방향을 틀어 발을 떼는 순간 바닥에 깔았던 스티로폼 틈이 벌어지면서 무언가가 아래로 떨어졌다. 탑 아래에서 올려다보던 단체 회원들과 그동안 불어난 몇몇 사람들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동료들에게 편지를 쓰기 위한 필기구와 휴지 등을 담은 작은 사물함과 그 옆에 있던 어제 하루 모아놓은 오줌을 담은 페트병이었다. 바로 발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이 두려웠다. 빗물에 젖은 몸과 새벽의 한기에 몸이 와들와들 떨렸다.

“조심하자니까, 진복연, 어차피 내려갈 거잖아. 거 사람이 왜 그래. 여자가 똥오줌도 제대로 가리기 힘든 여기서 할 짓이 아니잖아? 좋게 내려가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쁜 놈  (0) 2009.11.24
우연히 겹치는 일  (0) 2009.11.23
기대감만 부풀어 오른다  (0) 2009.11.19
사랑해 목소리 톤의 커맨드와 의미  (0) 2009.11.19
배보다 배꼽  (0) 2009.11.17
Posted by iamyhs
,

아.직.도 티비는 도착 전이고 개조된 위도 오늘에야 발송한단다. 그 와중에 위 모션 플러스와 게임을 추가로 구입했다.이걸 금상첨화 라구 해야하나. 설상가상 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닌텐도로 제대로 놀아보고 싶다.


확실히 닌텐도의 제품은 대단히 매력적이다.그 와중에 트라우마 센터라는 게임도 추천받아서 주문에 추가했다.어떻게 이런 류의 게임이 그렇게 인기를 끌었을까? 했는데 구글링에 트라우마 센터 공략집이 15,900 건이다.우와~

점점 기대감만 커진다.

좀 늦었지만 어서와라, 나는 관대하다, 재밌기만 해라~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연히 겹치는 일  (0) 2009.11.23
오리 날다  (0) 2009.11.20
사랑해 목소리 톤의 커맨드와 의미  (0) 2009.11.19
배보다 배꼽  (0) 2009.11.17
The Father  (0) 2009.11.12
Posted by iamyhs
,

→→사랑해              :  빠른 대시 키 : 나 간다, 출근 늦었다, 빨리 가.

사랑해↘ ↘             :  더블 하락 키 : 그만 좀 해, 나 피곤해.

사랑해↘ ↗             :  하락후 등락 키 : 잘 좀 해봐.
 
사랑해↘ ↗ ~↗ ↗   :  하락후 등락 반템포 쉬고 더블 업키 : 우리 돈 없다,돈 좀 더 벌어와.


키 입력에 대한 반응중에 오늘자 업데이트로 하나 추가되었다.

"사랑해"

"그러려무나~"

이건 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리 날다  (0) 2009.11.20
기대감만 부풀어 오른다  (0) 2009.11.19
배보다 배꼽  (0) 2009.11.17
The Father  (0) 2009.11.12
유쾌한 시작  (0) 2009.11.10
Posted by iamyh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