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안 뜬 이 아침을 맞고지친 나를 위해 기도하고벗어놓은 어젤 다시 입고또 하루는 애써 나를 달래주고
변함없이 다들 같은 곳을 향해소리 없이 도는 시계바늘처럼끝도 없는 저기 저 길 위점 한 칸을 겨우 지나서야 내 하룬 진다익숙하게 내려놓은 믿음무덤덤히 쌓여가는 변명세상 닮은 나를 조각하고내 모든 걸 깊이 맘에 묻어두고붉게 물든 저녁 노을빛 어딘가단단하게 굳어버린 내 그림자꺼질 듯한 하루하루를 견뎌보면소망 같던 꿈에 가까워질까우 우우 우고단했던 밤이 그친 걸까무지개는 다시 떠오르고변함없이 다들 같은 곳을 향해소리 없이 도는 시계바늘처럼끝도 없는 저기 저 길 위점 한 칸을 겨우 지나서야 내 하룬 진다오늘도 난 무지개를 쫓아
브리즈번은 몇 일만에 화창한 가을 날씨다. 비오고 흐린 날의 연속이더니 이제 좀 브리즈번 날씨 같다.
아침부터 부산하게 세 아들 점심을 준비하고, 병원을 들렸다가, 기계적으로 PC 를 켰다.
그리곤, 생각난 듯이 밀회를 다시 봤다. 4 년전 아내가 아이들과 한국으로 가있었을 때, 그 겨울에 이 드라마를 봤던 기억이 난다.
다시 봐도 좋다. 기억남는 장면마다 조용히 깔리는 배경음악이 더 없이 좋다. 이 OST 한동안 들었던 기억이 있다.
영문은 어떤식으로 자막을 입혔을까, 구글링 한후에 영문자막과 함께 보니, 확실히 이채롭다. 이런 식으로 쓸 수도 있구나 싶다. 역시 한국인이어서 그럴까, 온도차가 확연하다.
드르르~ 떨리는 카톡 메시지에 잠시 멈춤.
아내가 묻고있다, 아이들은 어떻냐면서.걱정스런 말투는 많이 누그러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먹는 거 입는 거 늘 궁금한가보다.
아.무. 걱정말라 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다지 힘들지도 않다. 도시락 하는 것도, 밑 반찬하는 것도, 나도 서툴지만 세 아들들도 하루 이틀 지나면서 적응한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큰 녀석을 버스 정류장 까지 태워주고 나서, 날 향해 손 흔드는 모습도, 다시 돌아오는 길에 그 녀석이 무심한 눈빛으로 비 맞으면서 버스 기다리는 모습도. 둘째 주니가 학교 끝나고 단짝인 로미오랑 무슨 말을 그렇게 재밌게 하는지 깔깔 거리는 모습도,늘 진지한 표정으로 땅만 파고 있는 막뚱이 모습을 가만히 보는게 좋다. 물론, 인내심이 폭발하면서 쌍소리를 날리는 내 모습은 결코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참 오랜만에 차분한 영화를 한편 감상했다. 잔잔한 듯, 나른한 듯. 다시 한번 보고 싶다.
Forgive me, Hera, I cannot stay
He cut out my tongue
There is nothing to say
Love me, oh Lord
He threw me away
He laughed at my sins
In his arms I must stay
He wrote
I am broke
Please send for me
But I am broken too
And spoken for
Do not tempt me
Her skin is white
And I'm light as the sun
So holy light shines on the things you have done
So I asked him how he became this man
How did he learn to hold fruit in his hands?
And where is the lamb that gave you your name?
He had to leave though I begged him to stay
Left me alone when I needed the light
Fell to my knees and I wept for my life
If he had've stayed you might understand
If he had've stayed you never would have taken my hand
He wrote
Oh love, please send for me
But I am broken too
And spoken for
Do not tempt me
And where is the lamb that gave you your name?
He had to leave though I begged him to stay
Begged him to stay in my cold wooden grip
Begged him to stay by the light of this ship
Me fighting him, fighting like fighting dawn
And the waves came and stole him and took him to war
He wrote
I'm broke
Please send for me
But I'm broken too
And spoken for
Do not tempt me
Forgive me, here, I cannot stay
Cut out my tongue
There is nothing to save
Love me, oh Lord, he threw me away
He laughed at my sins
In his arms I must say
We write
That's alright
I miss his smell
We speak when spoken to
And that suits us well
That suits us well
That suits me well
ps.
가사가 미묘해서, 어떤 의미인지 검색해보았다. 그 중에 기억남는 코멘트 하나 더 가져온다.
8년 전 Jezabelleon 이란 분의 코멘트이다.
I'm pretty sure it's "Forgive me Hera" not "here"
"Inspired by wartime love letters that Laura read in a newspaper, ‘What He Wrote’ seems to detail the forbidden love of writing to a man other than your husband — she appeals to the Greek goddess Hera, goddess of women and marriage, for forgiveness for speaking to this man when she’s “spoken for.” The whole song, just vocals and guitar, trembles in its waltz rhythm, but the most effecting line has to be the unqualified frankness of, “I miss his smell.” -NME
오스트라바 외곽 지역들을 꼬불꼬불 이어 주는 낡은 협궤 전차를 타고 아무 데로나 그냥 실려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무 데서나 내려, 역시 그냥 아무 노선이나 다른 전차를 바꿔 탔다.이 끝도 없는 오스트라바 변두리,공장과 자연, 벌판과 쓰레기더미, 나무들과 탄광의 재 무더기, 커다란 건물들과 조그마한 농가 등이 기이하게 한데 섞여 있는 그 변두리 풍경 전체가 내 눈길을 끌었고 이상하게 마음을 흔들어 산란스럽게 했다.나는 전차에서 아예 내려 오래 걷기 시작했다.거의 마음을 온통 빼앗긴 채 이 기이한 풍경을 바라보며 그 의미를 해독해 내려고 애써 보았다.이렇게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마구 뒤섞인 풍경에 통일성과 질서를 부여해 주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담쟁이덩굴이 우거진 한 전원풍 집을 지나가게 되었다.그 집은 바로 뒤에 마치 기둥처럼 삐죽삐죽 솟아 있는 굴뚝이나 높다란 용광로의 흉측한 모습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는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거기가 그 집이 있어야 할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러고 나서 빈민가 판잣집들을 따라 걷는데 조금 더 멀리 있는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더러운 잿빛 집이었으나 정원이 빙 둘러 있고 쇠창살 문도 있었다. 정원 한 모퉁이 수양버들은 이 풍경 속에서 길을 잃고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그런데 나는 바로 그래서 이 나무의 자리가 바로 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부조화가 마음을 어지럽혔다.단지 부조화가 이 풍경의 공통분모 같아 보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무엇보다도 거기에서 나는 나 자신의 운명, 여기에 유배된 나를 암시하는 어떤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자연히 나 개인의 역사를 도시 전체라는 한 객체 속에 그런 식으로 투영하면서 어떤 위안 같은 것을 받기도 했다. 담쟁이덩굴이 우거진 작은 집도 수양버들도 이런 장소들에 속하지 않듯이, 아무 데로도 이어지지 않는 짧은 길들, 서로 이질적인 건물들이 들어찬 그 길들이 그 장소들에 속하지 않듯이,나 또한 거기에 속한 사람이 아니었다.납작한 판잣집들로 가득한 이 흉측한 지역이 지난날 쾌적한 시골이었던 이 장소들에 속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이곳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바로 내가 이곳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이 경악할 만한 부조화의 도시, 이질적인 모든 것들을 하나로 무자비하게 끌어안고 있는 이 도시,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하는 내 자리라는 것을.
소설의 이 부분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봤다.사람의 감정을 글로써 이렇게까지 잘 풀어낼 수도 있구나, 싶어서 다시 한번 글로 옮겨봤다.
그러고 보니 환승역에서 내려본 건 처음이었다.그렇게 익산역에서 다음 열차를 기다렸다.한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분위기라 약간 낯설기도 반갑기도 하다.팔걸이도 없는 밋밋하고 기다란 의자에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피로감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하루 전, 브리즈번 공항에서의 그 익숙함 그리고 이 환승역에서의 이 낯설음.나는 어디에 있는걸까. 아니, 난 어디로 가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