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념(雜念)

일상 2009. 5. 17. 04:24


'... 아내는 행복하지 않다'

새벽녁에 깨어나서 드는 생각이 저런거 라니.


뭘 잘못먹었는지 머리가 어질어질 하다.

조심스레 작은 방에 와서 온갖 인상을 쓰고 뒤척이면서 드는 생각 치곤 참 신통찮다.

자주 아내에게 묻는다, 행복하냐고.


'응!'

'응,내 남편,아이들이 너무 감사해'

'음.. 딱히 불행한 이유가 없으니 행복해'


만약,아내가 내게 자신이 행복하지 않는 이유를 대라면,난 그 자리에서,그 즉시 백가지라도 댈수 있다.

근데,그게 불행한건지 어떤건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지금 뭘 더 깊이 생각하기엔 머리가 깨질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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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

일상 2009. 5. 8. 09:55

"쓰겄다"

기쁨과 대견함이 묻어나는 눈빛으로 즐거운듯이 그렇게 말씀하셨다.

크게 자랑할만한꺼리는 아니었지만,막뚱이 아들이 사회에서 뭔가 인정받는 조그만 성취를 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뿌듯하셨으리라.

세월이 지나도,저 사투리를 들을때면 난 늘 뭔가 좋은 기분이되곤 한다.

세상에 중히 쓰임새가 있는 인물이 되기엔 한참 멀었지만,그 옛날 어머니가 짧은 저말과 함께,투박한 손으로 볼따구니를 쓰다듬었던 그 기억이 그리울때가 있다.


오늘, 아들이 유치원에서 만들었다며 선물로 받은 카네이션을 가지고 왔다.그리고 가슴켠에 꼽고 동료들에게 보여줬더니 다들 웃는다.

모니터 앞 파티션에 꽂아논 카네이션 리본장식에 삐뚤빼둘한 글씨로 "엄마 ♡ 아빠" "사랑해요" 라고 적혀있다.

아마 어머니가 이걸 보셨다면, 이렇게 말씀 하셨으리라.

"고놈 참, 오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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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ke me up inside

일상 2009. 5. 2. 11:27


Evanescence - Wake me up inside



Wolf's Rain,그 늑대 무리속에서도 아주 자연스럽게 어울릴것 같은 여성.첫부분을 들었을때 음색이 The Dream Within의 Lara Fabian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다시보니 전혀 다르다.

ps.
Bring Me To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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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한 미소

일상 2009. 5. 2. 06:18

또 한번의 0.5점 한과목 과락이다.그것도 자신있는 파트여서 더 인정할수가 없다.냉정한 평가는 받아 들이겠지만,이 정도밖에 안된다는 사실은 인정할수 없다.

간만에 독서실에서 다시 한번 책을 폈다.그러다 문득, 또 다른 내가 날 보는 시선이 느껴진다.약간은 만족한듯한 미소인대, 시간이 지나자 어머니,아내,아들들,그리고 지인들의 눈빛으로 변하는것 같다.

'다들 결과가 어떻게 될거라는거 알고 있자나,약간 짜증났을 뿐이야,좀더 지켜봐'

덕분에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지식이 쌓이는게 아니라, 좋은 습관이 늘어가고 있다.이것도 얻음이라면 얻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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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 그리고 희수

일상 2009. 4. 30. 16:33

건조한 표정과 굳게 잠긴 현관문의 자물쇠 세 개.

유심히 보지 않았으면 그녀가 한번 결혼했다는 사실 조차도 지나칠뻔했다.그런면에서 영화는 관조적이다 못해 조금은 까탈스럽다.

"난 옆에서 나는 담배 연기가 이상하게 좋더라구" 나 역시 최근까지는 그랬었다. 특히나 어딘가에서 피우는 도라지 담배는 연하고 오래가서 좋아했었다.

어린 시절의 그 일을 알기 전까지 난, 어렴풋이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란 걸 예상은 했지만, 어설프게 남자에게

"저.. 오늘 저녁, 저희 집에 오셔서.. 같이 식사하지 않을래요"
"그냥.. 저.. 집에 고양이가 있는데, 한번 보여 드리고 싶어서요"

저 정도로 말도 못할 정도로 서투른가,그러다 그럴법하다 싶다.그 정도로 단단한 껍질이 한순간에 깨질 수는 없다,오롯이 그만큼의 시간을 들여야만 할 일이다.

나른할 정도의 한가한 진행이었다가 저 부분은 예고도 없이 불쑥 나온 느낌이었다,마치 뭔가 우연에 의해서 삶이 극적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이 부분에서 난 약간 멈칫했다.

장면이 바껴,소박한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그녀, 조그만 몸짓과 손짓.그리고 초대했던 그 사람은 오지 않고, 그다지 밝지 않는 실내에서 익숙하게 혼자 식사를 한다.라면과 김밥이 아닌, 손수 차린 식사로.그녀에겐 극히 이례적으로 용기를 내서 건넨 말이었겠지만,결과적으로 외면받았다.

우연히 고양이로 시작한 그녀의 시도가,조금씩 힘에 부치게 커져버린듯이 느낀 건가,다시 그 자리에서 선 그녀.

"미안해"

짧은 말,그리고 전에부터 그랬듯이 그녀는 자신에게 돌아오는 고통일지,일상일지 모를 그런 일들을 자신과는 다른 부분으로 밀어버린 듯한 인상이다.그녀의 생활방식이자 이제까지 살아오는데 익힌 요령일 것이다.

그러다 문득,무언가에 복받쳤는지 과거를 찾아가는 발걸음,그리고 그녀의 오열을 보면서 '여리고도 안쓰럽구나'

지극히 사실적이고 섬세한 작품이다.다른 영화처럼 시시콜콜한 섬세함이 아닌,다분히 관조적인 섬세함이다.어떤 의미에서는 중립적이라고 까지 보인다.

끝 부분의 머뭇거리는 그녀의 얼굴을 롱테이크로 잡아내는 그 장면이 퍽이나 기억에 남았다



"돈 갚아"

이 짧은 말처럼 많을 일들을 상상해주는 말도 드물 것이다.특히나 그 대화가 성인남녀가, 주변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로 말할 수 있다는 그 상황이라면 더 그렇다.

아주 짙은 스모키 화장,약간은 눈 마주치기 거북한 경직된 인상의 그녀.

보는 내내 자연광을 많이 썼다는 게 무척 마음에 든다,덕분에 이른 아침 그 공기마저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작위적인 느낌이 없어서 그런지 내겐 시작부터 좋은 느낌이다.이감독의 개성이라고 부를만하다.

멍한 눈으로 지하철 창밖을 바라보는 희수에게 병운은 뜬금없이 효도르 이야기를 건넨다.갑자기 흐르는 눈물.알수 있다, 살다 보면 그렇게 뜻 없이 눈물이 흐를 때도 있는 법이다.

그날 저녁,비탈길을 따라 운전하는 그녀의 얼굴이 조금은 밝아졌다.약간 피곤한 얼굴에 엷은 미소.나 역시 그 장면으로 만족한다.

이런 밋밋하고도 여백이 많은 작품이 한국영화계에서 흥행하긴 힘들 것 같다.실제로 신통치 않은 수입이었다.하지만,내겐 취향에 맞는 영화를 하나 더 발견해서 아주 만족했던 시간이었다.

Astrud Gilberto - The Girl from Ipanema




정혜의 엄마와 멎진하루의 한여사는 동일한 배우이다(김혜옥 분).거기에서 문득,

그리고 십년 후,서른여덟이 된 정혜,아들과 유치원에서 만들었다는 장식을 단,하나뿐인 앙징맞은 현관문 자물쇠를 열고 나선다.어느새 유치원가는것을 좋아라하는 승준의 작은손을 잡고 유치원버스를 기다린다.문자 메시지 하나, "누구야 엄마?" 하는 아들의 물음에 머뭇거리는 찰라, 유치원 버스가 도착한다.배꼽인사를 하고 난 아들이 어느새 또래 아이들과 떠들고 있다.

"한양대 부속 병원 장례식장,5월 5일 발인"
희수

정혜와 희수는 연년생 자매이다.엄마의 죽음 이라는 가족사가 아니면 연락도 하지 않는 사이다.그렇다고 사이가 나쁜것도 아니다.특별히 살가운 것도 없지만.

여전히 촌스러울 만치 소박한 색상과 치마길이, 그리고 낡아버린 신발의 정혜.도전적이고 도회적인 단발머리의 희수.

3일장이 치뤄지는 그 장소에 그녀들의 인연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이제 5살난 아들이 하나있는 정혜, 이모란 호칭에 기묘한 어색함으로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모르는 희수.공통점이라곤 까만 상복을 입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뿐이다.

...

정혜와 희수,그녀들이 30대후반이 되었을때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과연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고 결혼과,아이가 생기면 삶이 치유 혹은 회복될까 아니, 인간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되살아날까.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레 알게된 건, 감독은 주인공의 혹은 개인의 관계를 주요하게 보여준다기보다는, 사람간의 관계에 더 초점을 맞춘다는 사실이다.가끔씩 주요 인물들의 대사가 주변인의 대화나 소리들에 묻혀서 잘 안들리는데, 갑자기 감독의 시선이 이런거였구나, 라고 달리 보게 되었다.물론,다분히 내 자의적인 해석이다.

어쨋든, 정혜와 희수, 좋은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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